밴드 다섯 [나의 그때] 발매 후 첫 EP [漠(막)]
'막(漠)' 밴드 다섯이 [나의 그때] 싱글 발표 후 7개월 만에 더 성숙해진 첫 EP로 돌아왔다.
‘다섯’은 네 명이다. 한리우(보컬), 전경준(드럼), 이용철(기타), 백민현(베이스).
‘다섯’은 그동안 삶을 살며 느낀 회의감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수많은 인디밴드가 생겨나고 없어지는 빈약한 인디 씬 속에서 그들은 끝없는 자신들과 싸움을 해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끝나가지' 첫 트랙인 ‘Same Day’에선 시작부터 뻔한 투정을 부린다. 어쩌면 모두가 느끼는 일상의 지루함, 하지만 그만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가 또 있을까? 사람들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이 무력해지고, 남들에게 기대어 그들의 위로를 위안 삼아 자신을 정의하며 살아가지만, 그런데도 시도 때도 없이 부딪혀오는 세상에 진저리가 나버려 남들의 말조차 가식으로 느껴지고 혼자 숨어버리고, 좌절하고 만다.
'왜 아무도 나를 찾지 않지'라는 'Tell Me What U Need'의 주제와도 같은 가사는 사실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던 따끔한 우리들의 관계이다.
‘가식’은 2번 트랙의 연장선이다.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회의감을 느낀 리우는 자신이 너무 달라져 버린 것인지 아니면 나이를 먹어가며 자연스레 되어버린 것인지 낯선 것들이 다 싫어지고 불편하면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 한다.
타이틀곡인 ‘Camel’은 조금은 특별하다. 리우는 집 앞에서 담배를 다 피우고 버리다 실수로 땅에 떨어트렸다. 그때, 담배를 다시 주우며 낙타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집에 들어가 낙타를 찾아보았다. 낙타는 우리가 알던 동물과는 달랐다. "뛸 줄 알지만, 뛰지 않는다" 낙타는 똑똑했고 불필요한 소모를 하지 않는다. 어쩌면 냉정해야 할 우리는 사회에서 한없이 불필요한 소모를 하며 남들의 눈치를 보게 되었고 어울리지 않지만 어울릴 수밖에 없는 우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이 곡이 나오게 됐다.
‘夢(몽)’은 앞에 있던 곡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마침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깨닫고 이제는 그 이상을 꿈꾸며 이 지루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의지를 표현한다. 남들과 같은 길로 들지 않았단 것만으로 때론 외롭고 쓸쓸하겠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의 나중을 상상하면 그것은 단지 스쳐 지나가는 많은 감정 중 하나일 뿐일 것이다.
‘다섯’의 사운드는 전하려는 메시지와 감정들과는 상반되게 rhythmical하고 funky한 느낌을 준다. 가사 자체는 굉장히 진중하고 외롭지만, 너무나도 괜찮다는 듯이 여유롭게 풀어낸 이러한 모순적인 다섯의 사운드는 이질감보단 친숙함을 준다.
이 앨범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고 느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의 목적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 위해서만일까? 그건 아니다. 다섯도 마찬가지 우리와 같은 사람이며, 이 곡들은 하나하나 그들의 경험이고, 또 숨기고 싶은 그들의 내면이다. 이 곡들이 담긴 앨범은 그들의 단점을 스스로 드러내는 용기와도 같은 것이다.
개개인의 힘든 삶은 물론 멤버 간의 갈등도 있었을 것이고 그때마다 포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루하루 일해가며 흔히 말하는 인맥, 배경 없이 그저 음악을 하겠다는 막연한 의지하나 만으로 그들은 한 단계씩 성숙해져 왔다.
막(漠)은 넓다, 쓸쓸하다, 고요하다, 어둡다. 많은 뜻이 담긴 단어이다. 이 앨범을 들어보면 당연히 느낄 수 있는 분위기일 것이다.
하지만 막(漠)에는 하나의 의미가 더 있다
“자리 잡다”
그들은 인디 씬에, 더 나아가 우리 삶에 자리 잡기 위해 끝없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그들의 행보에 눈과 귀를 기울여 보자.
- Idontknowhoua
도움주신 분들
Recorded & Mixed by A.R.C studio
Masterded by Abbey road studio
Pictured by 김재윤, 김태진 of Kimchoonja
Styled by 송주빈 of Kimchoonja
Video taken by Ohmija of dadaiasm
Designed by Ku of M.I.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