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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지훈 [Organ, Orgasm]
림지훈(A.K.A. 부슷다 림)이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
제목은 [Organ, Orgasm]. 제목이 도대체가 심상치 않다. 말 그대로 오르간이 메인을 이루는 연주 위주의 앨범인데 그야말로 본격적이라 하겠다. 어느 부분이 본격적이냐면 오르간이라는 악기는 말 그대로 '남자'의 영역. 거세된 수컷들이 활개치는 세상에 대해 일갈하는 듯한 중후함과 압력이 돋보이는 악기다. 이 악기를 중심으로 전편에 훵키하게 넘실거리는 그루브가 깊고 진한 장맛 같이 감칠맛 나게 감긴다.
앨범의 분위기 또한 본격적이다.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이름 모를 바를 배경으로 오르간 연주자와 그를 훑어 내려가는 농염한 숙녀의 습한 시선, 하지만 정작 연주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말없이 오가는 남녀의 이야기를 보는 듯하다. 앨범의 참여진도 본격적이다. 최근 보컬 앨범을 발표한 다재다능한 연주자 손성제가 참여한 것을 필두로 최근 솔로로 독립한 전 라벤타나의 보컬리스트 정란까지, 알아주는 업계 선수들이 앨범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재능을 투자했다. 그 뿐 아니라 성인 무드 물씬 풍기는 앨범 재킷의 완성을 위해 일본의 유명 AV배우 호죠 마키(北条麻妃)가 모델로 수고를 했고, 스톤즈 쓰로우와 라잇 인 더 애틱의 대부분의 작품을 감수한 데이빗 쿨리(David Cooley)가 그루브 홈즈(Richard 'Groove' Holmes)의 작품을 연상하며 매스터링 작업에 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히 분위기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이 앨범은 무차별적으로 남용되는 '한국적'이란 것에 대해 정면으로 해법을 제시한다. 원래 아는 자는 말없이 일을 처리한다 했던가? 노골적인 서구의 차용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통음악과 가요만이 한국적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격정적인 연주 한가운데 오롯하게 자리한 '정통 효자동 産으로 마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오르간 그라인더' 림지훈의 정서. 이것은 과거와 현재의 가교이기도 하고 서구의 음악으로 한국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히 스무살 아해가 마지막 환상을 운운하는 사회 분위기상 중년의 연주자가 환상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다. 묵직한 중량감과 그 바닥부터 솟아 올라오는 격정의 그루브, 그를 감싸는 애잔한 정서, 이 모든 것이 성인을 위한 판타지로 활활 타오른다.
오르간과 함께하는 '육체의 판타지', 일청을 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