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옆에서 이별하는 사람들.
찰나의 순간들이 엮이고 섞여 만들어가는 울고 웃는 이야기.
EachONE만의 감성으로 다시 꾸며보는 그 순간과 순간의 멜로디.
EachONE The 1st Album - 디오라마(Diorama).
EachONE의 작품들에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양성이라고 하면 제대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마음속 깊은 곳을 지그시 누르는 멜로디가 끝나면, 갑자기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주는 다음 트랙. 한국 Urban뮤직의 Timbaland이라 칭한다면 너무 오버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입만 살아 움직이며 매일 반복되는 사운드만 들려주는 프로듀서들과는 확실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그렇게 이번에도, EachONE은 더욱 다양해지고 확실해진 음악으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섰다.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그 선율에 그의 감성이 담긴 목소리를 더해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팬들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이번 디오라마 앨범도 이전 All That의 앨범이 그랬듯이,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대명제 아래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익살스레 표현하고 있다. 감미로운 기타리프와 건반으로 수줍게 사랑을 고백하는 첫 번째 트랙 “In my world”는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을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 같은, 더욱 농익은 EachONE의 프로듀싱 감각을 느껴볼 수 있다. 햇빛 맑은 어느 봄날에 훌쩍 드라이브를 떠나고 싶게 만드는 담백함과 산뜻함이 곡 전체에 묻어난다. 묵직한 비트와 강렬한 기타사운드로 갑작스레 정적을 깨며 등장하는 3번째 트랙 “안 생겨요”는 “방사능”의 Boi-B만이 가진 개성적이고 재치있는 랩핑으로 호기심과 고민에 빠진 남자의 재미난 상황을 노래한다. 한 눈에 반한 여자에 대한 수컷의 생각이 매우 진솔(?)하고 솔직하다.
네오소울풍의 “Day n Night”은 마치 Maxwell의 앨범을 듣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감미로우면서도 펑키한 감각을 선보인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예전 친구를 만난 느낌이랄까. EachONE의 탄탄한 프로듀싱 감각에 놀랄만큼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그의 목소리가 멋지게 어우러진 베스트 트랙 중 하나이다. 이미 이 앨범 이전에 디지털 싱글로 선보인바 있는 “for Love Again”은 필자의 추천곡, 그 중독성이 치명적인 수준이다. 살짝 흐느끼는 듯한 EachONE의 목소리는, 설령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마치 이별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그리고 굉장히 미어지게 마음을 헤집는다. 테크닉이 아닌, 마음으로 마음을 울리는 노래이다. 중간 중간에 자리 잡고 있는 “In Blue”, “아닌 건 아냐”, “내게 들어와”와 같은 감미로운 R&B 트랙들은 EachONE이 자신의 창작물들이 어디에 기인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잊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정식트랙으로는 마지막 곡이라 할 수 있는 “Can I Love”는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달콤하다. 인위적인 사운드를 자제하고, 좀 더 라이브에 가까운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교를 내세우지 않고 마음을 앞세워 다가오는 EachONE의 음색이 매력적이다. 먼 길을 같이 고생하며 걸어와 준 사랑하는 이에게 아름답게 속삭이며 마무리되는 이번 앨범 “디오라마”는 이 자체가 Urban사운드의 디오라마라 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수준급 완성도를 자랑한다. 앨범의 마지막에 와서야 왜 이번 앨범의 타이틀이 디오라마(Diorama)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achONE은 단지 사랑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음악과 음악이 엮인 이야기도 같이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마치 사랑과 인생이라는 것이 그러하듯이.
리뷰를 마무리 지으며 지금껏 EachONE의 음악을 하나씩 모두 들어보고 있다. 모든 트랙이 EachONE의 특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면서도, 절대 이전과 똑같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들린다. 동시에 절대 유행이나 흐름에 흔들리지 않으려 하는 묵직한 뚝심이 들린다. 뮤지션으로서 가지는 지극히 당연한 욕심이다. 하지만 굳이 내세워 자랑하려 하지 않는다. 프로듀서로서 가져야 하는 자존심과 폭넓은 스펙트럼, 다이아몬드가 어둠속에서 빛날 수 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거기에 그동안 숨겨왔던 EachONE의 조금은 거칠지만 너무나도 감미로운 목소리는 그간 우리가 프로듀서로만 보아왔던 EachONE을 넘어서, 뮤지션으로서 성장하고 있는 그를 당당하게 들려주고 있다. All That이 아닌 EachONE으로서 다가온 이번 앨범 “디오라마”, 이전보다 더욱 넓은 시야와 감성, 그리고 뮤지션 EachONE이 그대로 담겨 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냥 듣고 즐거워하자. 그리고 슬퍼하자. -Take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