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DE TO NEW ‘CASKER’
- 무기질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가장 깊은 감성을 노래하는 대표적 일렉트로니카 캐스커
- 세련된 그루브위에 일상의 여유와 자연스러움이 녹아 심장박동과 공명하는 일렉트로닉 [Polyester Heart]
- 하우스 비트위에 몽환적인 융진의 보컬의 결합이 짙은 중독성을 주는 타이틀 ‘빛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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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커가 2년만에 신보 ‘ Polyester heart’ 를 가지고 돌아왔다. 라운지, 일렉트로닉 뮤지션으로는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캐스커! 지난 2년여간 캐스커는 파스텔뮤직으로 새로운 둥지를 틀고,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과 ‘뉴하트’, ‘식객’ 등의 OST에 참여하는가 하면, 스위트피, 두번째 달, 요조 최근의 윤상의 ‘송북’까지 서로 공존하기 힘들고, 색깔이 다른 뮤지션들의 작업들을 병행해왔다. 각기 다른 도처의 뮤지션이지만, 그들이 ‘캐스커’에게 보낸 의도는 제법 하나로 모아지는 것으로 보여진다. 캐스커 스타일로 변주할 것!
이처럼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한 탱고, 브라질리언,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캐스커 스타일로 버무려내던 그들의 손 끝에서 새로 나온 이번 음반의 장르는 ‘내추럴’ 이라고 이름 지어야 할 것 같다. 그간의 앨범들에서 보여지던 세련된 그러나 조금은 차갑던 느낌을 걷어내고 일상의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쏟아냈기 때문이다. 밋밋한 하얀 색 위에 그저 파스텔톤으로 적힌 ‘CASKER’ 라는 앨범의 쟈켓을 펼쳐들면, 이웃집 주민 사진 작가 ‘백성현(빽가)’와 함께 한 동네에서 한가한 때를 보내는 그들이 있다.
자연스레 흘러가는 트랙들은 히든 트랙을 포함하면 16개 트랙이나 되지만, 인트로에 플레이 버튼을 누른 후 당신은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리듬을 타고 있고, 어느 순간 앨범이 끝나있는 것을 깨닫게 될 것 이다. 타이틀 곡 ‘빛의 시간’은 본작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곡이다. 하우스 비트의 기존의 캐스커의 스타일을 유지하되, 2년간 병행해오던 많은 음악작업과 라이브가 자연스레 연결되는 지점을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싱글로 먼저 발매된 ‘틈’ 역시 킬링 트랙. 탄탄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심플한 리듬감이 깊은 감성을 전달한다. ‘You’와 ‘칫솔’, ‘비밀’ 탱고 선율의 ‘이명’으로 연결되는 앨범의 중반은 지난 2년여간의 여러 작업만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던 캐스커의 팬이라면, 어느 새 만족스러운 그루브감으로 서서히 채워지게 될 것이다.
‘wanted’의 하동균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너를 삭제’는 앨범의 또 하나의 백미. 이준오의 송 라이팅 + 융진의 목소리는 곧 캐스커라는 공식을 깨고 일렉트로닉 음악과 배치된다고 인식되는 국내 최고의 절대적 가창자 ‘하동균’을 과감하게 선택한 것이다. 결과는 물론 성공. ‘칫솔’과 ‘빙빙’등의 곡은 보사노바 선율에 얹혀진 융진의 보이스가 돋보이는 곡. ‘Adrenaline’은 말끔한 리듬과 하우스 비트로 무장한 마치 라이브 셋의 캐스커를 그대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너와 나(Prelude)’가 흐르면, 앨범과 동명인 ‘Polyester Heart’가 흐른다. 이들의 새로운 작업물의 마지막 즈음은 나긋하면서 한편 여유로운 자의 묵직함, 혹은 비장함이 전달된다.
일렉트로닉 비트가 사람의 심장 박동소리와 같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캐스커의 이번 음반 제목이 ‘Polyester Heart’ 로 이름 붙여진 것은 이런 의미를 포함해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폴리에스테르 심장은 일렉트로닉 비트로 박동하는 캐스커의 음악인 동시에, ‘음악’ 그 자체이다. 심장이 말하는 바를 대신 소리내어주는 장치, ‘Polyester Heart’. 그들의 신보는 그간의 그들을 옭아매던 하나의 장르에 머문 것이 아니라, 그들만을 따로 칭할 수도 있는 새로운 장르의 ‘just music’으로 탄생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어떤 비트든, 어떤 멜로디든 자유롭게 넘나드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마법사, 캐스커. 수많은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의 워너비이자 스탠다드인 캐스커. 세련되지만 한 편 차갑고 스타일리쉬한 음악의 취향을 대변하는 인식되어온 캐스커의 본작이 이런 의미를 곱씹는 순간 사뭇 따뜻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금 느리고, 조금 흐트러진 모습으로, 조금 토라져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으로… 이 도시의 겨울 낭만을 캐스커의 컴백작 4집 [Polyester Heart]로 느꺼보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