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더나잇 – 이 밤에 판타지
깜깜해진 밤 멍하니 작은 불 하나 켜고 누워 있으면 나는 별이 되기도 하고 돌멩이가 되기도 한다. 불과 몇 시간 전, 햇볕을 쬐며 나른한 기분을 만끽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세계로 입장한다.
번쩍하며 나는 “그거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너는 “그게 뭔데?”.
“뭐 그냥 무턱대고 잘 될 것 같은 이상한 예감이나, 언젠가 내가 아닌 다른 존재로 변신하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거. 그.. 스파이더맨처럼 아무 일 없이 잘 살다가 갑자기 세상이 뒤집어지는 일 말이야. 뭐라 해야 하지. 눈 감고 우주를 날아다니다 외계인을 만나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강원도 어디쯤 알려지지 않은 환상적인 마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거 있잖아. 아 그래.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아마존이 나오면 입 벌리며 보는 거랑 비슷한 거야. 파란 물이 흐르고 원숭이도 있고. 점점 이런 생각을 안 하면 그냥 이대로 내 삶이 끝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 요즘 사람을 만날 때 자꾸 실망스럽기도 하고(결국 내가 제일 못난 사람이더라). 상상 안 하면 마치 죽은 것 같다고나 할까. 이제 이 정도에서 호기심을 멈출까 했던 적도 있는데..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해야 재밌는 것 같아. 멋대로 기대하고 실망도 하고. 또 술 마시며 울고 다음 날 좀 쪽팔리고. 나는.. 먹고 싶은 음식을 한껏 참았다가 겨우 만났을 때의 기쁨을 아는 그런 참을성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이야기하다 보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내 말 이해돼!?”.
너는 “사랑해”.
이 시대 우리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뭐가 남고 사라질까. 적당히 슬퍼할 수 있을까. 일찍 죽을 수도 있잖아. 나는 작지만 세계는 생각보다 크고 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 작은 사람들 투성이야. 신경 쓰지 않고 살래. 그냥 맘껏 상상해보자. 적어도 너는 그랬으면 좋겠다.
이 밤에 판타지.
여전히 꿈꾸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글: 함병선 (9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