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채 [아무렇지도 않던 날]
그녀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하루는 무료함 따분함 스스로에게 느끼는 한심함 같은 것이었다.
그녀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하루는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말하자면 새로울 것도 없고 생산적이지 않은 그저 그런 하루였다.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날도 아무렇지도 않은 어찌 보면 평온하다고도 할 수 있고 지루하다고도 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하루가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아무렇지도 않던 그녀의 마음속이 폭풍처럼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숨을 쉬어도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심장은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세상이 끝날 것만 같은 기분
그녀의 우주가 흔들리고 있었다.
진정을 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마음속의 폭풍은 더욱 거세졌고 단 하나의 생각만이 또렷해질 뿐이었다.
'아무렇지도 않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스스로를 한심하다고까지 여겼던 아무렇지도 않은 하루가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간절히 바라는 하루가 되어버렸다.
그날 이후로 그녀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하루는 더이상 아무렇지도 않은 하루가 아닌 게 되었다.
그녀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하루는 완벽한 하루 그 이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