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들이 찬송하고 있는 것 역시 영원히 풀리지 않는 사랑이다. 이를 식상한 주제로 여길 수도 있으나 음악에 있어서의 관건은 그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과 독특한 음악적 표현이다. 이점에서 ANTHEM은 네 명의 천사가 이루어내는 화음을 무기-ANTHEM이라는 이름 역시 화음을 주특기로 내세우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로 그 식상함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다. 이는 한두 명을 위시한 보컬 구성에서 벗어나 네 명의 멤버가 저마다 독특한 목소리로 골고루 가창력을 소유하는 데서 비롯한다. 또한 튀는 듯 튀지 않는 이들의 음악은 그동안 R&B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누구나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곧 쉬운 음악적 내용과 일맥상통한다고 여기는 것은 오해다. 앨범 전반을 감싸는 고급스러운 사운드와 서정적인 멜로디, 라이브에서 더 두곽을 나타내는 가창력 등, ANTHEM의 음악적 흡인력은 신예 그룹답지가 않다.
ANTHEM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김진석(24), 유나얼(21), 김건(21), 성민(20)이다. 김진석은 팀의 리더이자 베이스를, 유나얼은 리드 보컬을, 김건은 하이보컬을, 성민은 리드 보컬과 베이스를 맡고 있다. 이들은 96년 MBC 별이 빛나는 밤에의 노래 뽑내기 대회에서 1등을 한 경력이 있다. 그리고 이후 함께 교회를 다니며 음악적 교감을 나누다 98 SBS 신세대 가요제에서 너를 보내며라는 곡으로 대상을 차지하여 그 실력을 인정받게 됐다.
주지하였다시피 이들은 각 멤버의 뛰어난 가창력으로 멜로디뿐만 아니라 코러스까지 직접 모두 소화해내고 있다. 탁월한 중저음의 김진석은 리더답게 앨범 전반의 곡에 안정감 있는 무게를 실어 주며, 유나얼의 독특한 발성과 창법은 마치 정통 R&B를 부르는 흑인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김건의 하이 보컬은 특히 발라드 곡에서 그 애절함을 더하며, 성민의 서정적인 목소리는 뭇여성들의 마음을 사뭇 애틋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발군의 가창력을 지닌 ANTHEM은 Boyz 2 Man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들의 데뷔 앨범은 R&B 발라드곡을 주조로, 복고풍의 펑키한 곡, 하우스 댄스풍의 곡 등의 다양한 시도를 이루고 있다.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곡 중 하나인 변심은 나일론 기타를 사용하여 바운스를 부각시키고 시퀀스 음악의 장점을 적절히 살려 발라드곡임에도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미디움 템포의 발라드 곡인 언제나 내 곁에 는 도입부에서 멤버들의 아카펠라가 독특한 곡으로 팀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다. 특히 곡의 후반부에서 몰아치는 보컬 애드립과 화음에서는 ANTHEM의 가창력을 확인할 수 있다. 7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디스코 펑키곡인 힘들어는 전체적으로 가성을 이용하여 노래하여 산뜻함을 더한다. 앨범 전체에서 가장 빠른 템포의 곡인 하우스 댄스풍의 조금 더 가까이는 ANTHEM답게 다른 댄스곡에서 흔히 들을 수 없는 화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은 절정부에서의 멤버들이 서로 주고받는 코러스와 솔로, Boyz 2 Man의 곡에서 인용한 코러스가 독특하다. 그 외에도 빈칸 채우기라는 코러스 팀의 멤버로 활동한 김효수와의 유나얼이 듀엣으로 부른 약속, 기타리스트 이근형의 나일론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라틴풍의 추억 속에, 앨범에서 유일하게 영어 가사를 붙인, 전형적인 R&B 발라드곡 Youre The Only One, 펑키 스타일의 댄스곡 제발, 한국적인 정서에 가장 근접한 리듬과 멜로디 라인의 널 가질 수 있다면 등 다양한 음악이 포진해 있다.
이번 데뷔 앨범은 우리에게 소찬휘의 현명한 선택과 이기찬의 Please로 유명한 작곡가 곽영준, 이현정의 공동 프로듀싱과 인기 작곡가 박근태의 참여로 앨범의 완성도를 높혔다. 작사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곡가 박기영을 비롯하여 이현정, 우지민, 이현숙, 그리고 김진석의 누나인 김여진이 참여하여 아름다운 노랫말을 선사하고 있다.